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INYEON · 인연
DISPATCHES

늦은 밤,
어디선가.

호텔 창 너머의 거리, 두 번째로 들른 가게, 새벽에 도착한 도시. INYEON이 옷에 남긴 작은 인연들의 기록.

SEOUL · 23:40DISPATCH 01 · 2026.06.10

호텔 11층 창밖, 거리.

호텔 11층 창밖, 거리.

호텔 11층의 창은 끝까지 열리지 않는다. 도시 아래 거리는 끝없이 어른거리는데, 안에서는 그 불빛이 두 겹의 유리 너머로만 닿는다.

늦은 비가 내리던 어느 밤, 그 거리에서 누군가가 우산 없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.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인지, 어디로 돌아가는 길인지 알 수 없었다. 다만, 그 사람이 입고 있던 검은 셔츠가 비에 젖어가는 모양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.

인연이라는 단어를 호텔 방에서 자주 생각한다.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거쳐 가는 공간. 누군가는 지난 밤 같은 침대에서 잤고, 또 다른 누군가는 같은 의자에 앉아 같은 거리를 바라보았을 것이다.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,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. 그래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거리의 비를 본 적이 있다.

그 셔츠는 결국 그 밤의 비를 기억할 것이다. 다음 도시로 가져갈 것이고,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옷을 보게 될 것이다. 인연은 어쩌면 그렇게 옷에 남는다. 사람과 사람 사이가 아니라, 사람과 옷, 옷과 옷 사이에.

— 어느 호텔 방, 11층.

TOKYO · 04:11DISPATCH 02 · 2026.06.03

라멘 가게, 두 번째 새벽.

라멘 가게, 두 번째 새벽.

첫 번째 그 가게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 무렵이었고, 줄이 골목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. 30분 정도 서 있다가 결국 돌아섰다.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비가 시작됐다.

새벽 네 시, 잠이 오지 않아서 다시 그 가게에 갔다. 줄은 사라졌고, 카운터 두 자리만 비어 있었다. 메뉴를 한참 들여다봤지만 결국 옆 사람이 먹던 것과 같은 것을 시켰다.

라멘이 나왔다. 옆자리 사람은 이미 다 먹고 일어서고 있었다. 같은 그릇, 다른 시간. 한 사람이 끝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시작하는 것. 인연이라는 게 이런 거였구나, 생각했다.

그날 입었던 흰 셔츠에 국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. 흰색에 떨어진 자국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. 좋은 자국, 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.

— 도쿄, 새벽 네 시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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